[91239조하나]7시 속의건축 글쓰기

조하나 2009.04.12 00:14 조회 수 : 417

비 내리는 왜관 역에서  /  김찬일 

 
비가 쏟아지니 왜관 역이 숨을 쉬는구나.
하루하루 풍경화에 갇혀 지내다가
빗물에 찢어진 화폭 밀치고 왜관역이
살아나서 움직이는구나.
우두둑 떨어지는 빗줄기에 아랫도리 벗고 누워
억새풀에 몸 파는 강둑이 보이고
역사에 긴팔 뻗은 은사시 나무 잎, 비바람에 요동치는
물고기 되어 은비늘 반짝이며 헤엄쳐가는구나
막차는 왜관 역에 진입하는데
기다림에 호롱불 켠 까만 눈의 사람들
비에 젖으면 그리움도 슬픔이 되는 건지, 기차는 
관악기 녹슨 음악으로 달려와 눈물로 흘러간다.
저기 비 내리는 왜관 역에, 승객들
윷 가치 처럼 던져놓고
아득히 먼 길 헤쳐 떠나가는 기차
은사시 나무 사이로 지나가는구나.
그치지 않을 것 같은 밤비소리, 아궁이에서
붙타고, 라면국물 내려가는 하수구에서
점점 멀어지는 기차소리, 나의 꿈으로
선로 바꾸면 우주 어디에 닿게 될까.




운문사에 가면 /   박 태 언


운문사에 소나무 빌딩 숲
산사에 바다가 넘실 댄다
맑은 계곡 물 철없이 흘러만 가고
외줄기 걸어가는 마음에 바람이 분다
적 노송의 옆구리 찍흰 상처는
일제 송진 식물의 만행
가도 가도 끝없는 마음의 길
여승들의 고뇌와 수련은
밭이랑 마음의 잡초를 없애며
천년 묵었던 오 백년 묵었던
법당에 가지 내리는 순한 양
날 보고 천산 청내로 와 발을 담그라 한다
바람 부는 난세에도
누각은 끄덕 없이 서 있는데
승가대학 여승들에 북소리가 마음을 때린다
늦은 밤 사람 살되 신검 없고
죽비 소리는 불국 법도이던가
법당 내 목탁 소리 애잔이 울고
운문사 바람을 토해 내면
구름의 소리를 듣고
온몸으로 맞아 적신다




반집  /  권오범

침묵과 장고 끝에 귀신같이
명당자리에 안착하는
입신들의 다소곳한 돌들

얼마나 셈평이 물샐틈없어야
얽히고설킨 내 집 마련 전쟁터 승패 중
한집도 아닌 반집이 허다할까,

시의 맥락도 같겠거니
입때껏 내가 퍼질러 낳은 것들
조사부터 가지치기해 복기해보니
패착 투성이라서 남세스럽기 짝이 없다

약발이었을 소태 같은 훈수는 뱉고
당나발 부는 사탕발림만 편식해
야비다리에 취해 허송세월한 석삼년

소탐대실 등한시한 채
시작 포석도 없이 도두뛰려한 나는
글구멍 그릇이 몇 급이나 될까




내소사 금목서 / 이정란


전남 부안의 내소사는 전나무 숲길로 유명해요
그래요, 수백 그루 전나무가 100년 세월을 고요히 말아쥐고 있는 숲길 지날 땐 정신이 아파요
아담한 단풍나무 숲길 지나
천왕문 들어설 때 주춤하던 아픔은
절마당의 천년 느티나무를 보는 순간 아득함으로 살아나요
느티가 경배하고 있는
오목렌즈 같은 하늘과 능가산 S라인에 대해 아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오감이 황홀한 아픔에 휩싸여 삼층탑을 도는데
은은한 어떤 향에 몸의 세포가 화하게 열렸어요
부처님이 와 계시나,
영혼의 눈동자가 향의 근원을 찾아 헤맸지만……
알지 못한다 해도 그 몽환이 아주 오래갈 걸 알겠어요
천왕문으로 나가려 할 즈음
천년 느티 앞에 사람 키만 한 두 그루 나무가 그제야 눈에 띄었죠
도톰한 녹색 잎에 진한 금빛 자잘한 꽃을 단
금목서라네요
나-나-나-나-나-나 울려나오는 황금빛 종소리의 향
아-니-야 아-니-야
엉킨 나들목에서 주뼛거릴 때마다 강하게 당겨주는 어떤 존재처럼
금목서
만리향을 바르고 만년을 깨어 있겠어요
내소사는 여전히 전나무 숲길로 유명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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