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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를 다녀오며 -2003.6.7

Prof.Chung 2020.02.18 16:30 조회 수 : 67

死圖을 다녀오며

 

 

지난 일요일에 어느 사회단체가 주체하는 문화답사를 다녀왔다. 답사지는 사도(沙島). 언 듯 지명만 들어보아도 모래의 섬, 하얀 백사장과 푸른 바다, 붉은 태양이 극렬한 대비를 이루어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여름의 섬이라 생각하고 답사에 참여하였다.

정말 섬에 도착하자마자 탄성을 자아내게 하였다. 섬 입구에서 제힘으로 서있지도 못하고 꼬리부분에 기둥을 세워 어벌쩡하게 무게를 잡고 서 있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싸구려 공룡 2. 이건 마치 놀이동산에 온 기분이었다. 아니 이 섬을 찾는 이들을 어린이 취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을, 같이 온 답사팀을 모두 초등학교 어린이 수준으로 격하시키고, 강요하고 있었다. 여기는 공룡과 관련된 곳이3.6.7라고..... 예쁘지도, 특이하지도, 사도라는 섬에 어울리지 않은 키 큰 공룡은 사도를 찾는 사람을 눈깔고 내려보고 있었다. ‘너희 인간들의 미적수준은 너희네 키만큼 밖에 안된다고 큰 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입구(선착장)를 지나 조금 걷다 섬 중앙을 가로 지르는 하얀 콘크리트 다리를 보고는 탄성이 아닌 탄식이 저절로 나왔다. ! 대한민국은 시멘트의 천국이구나. 초등학교 시절 배웠던 석회석이 풍부한 나라이구나.

도대체 누가, 어떠한 생각으로 이러한 일들을 하였을까? 왜 사도를 사람들이 찾는다고 생각해 보았을까? 언제까지 찾아오는 사람들의 미적 수준을 무시하고 섬을 찾는 의도를 무시하고, 어디서 본듯한, 그럴듯한 싸구려 관광지로 만들어 갈까?

사도를 찾는 이들은 단순한 의미를 갖고 간다. 자연의 아름다움. 이 단순함을 위하여 무려 1시간 넘는 배를타고 가는 것이다. 인간이 만든 건조물과 인공적인 것을 떠나 자연을 찾아 가는 것이다. 사도를 가서 보고 싶은 것은 바다, 모래, 태양과 같은 자연의 오묘함이지, 육지의 놀이공원에나 있음직한 인조공룡을 보기 위함이 아니다.

육지인이 사도에서 울퉁불퉁하고, 작은 벌레들이 기어 다니는, 간혹 길이 없는 자연스러운 길을 걷고 싶은 것이지, 자기가 사는 곳 사방 어디에나 있는 시멘트 도로와 콘크리트 다리를 건너고 싶은 것은 더욱 아니다.

우리는 그림을 보고, 그림 그린 작가의 의도와 미적 감각을 느낀다. 색감, 구도, 표현기법 등을 통하여 많은 이야기를 작가와 관객이 나누게 된다. 자연이 아름다운 것은 인간이 만들 수 없는 미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이때 자연과 인간이 하나가 되며 자연을 보는 이도 또한 자연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자연을 더욱 더 돋보이게 못할 인공물이라면, 차라리 손대지 말고 그대로 두었으면 한다. 현세(現世)에 대한 미적 감각도, 후세(後世)에 대한 미안함도 없이 마음대로 그림을 그리지 말라.

아름다움 모래의 섬을 죽어 있는 그림(死圖)으로 만들지 말라!

 

200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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