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yssey

전남매일 2022.6.8.일자 - 정금호 학장님.pdf

 

예전 옆집 누나는 명절 때 소주 댓 병과 설탕 한 봉지를 가지고 귀향한 친구가 부러워 그 친구와 함께 명절 말미에 마을을 떠났다. 보다 좋은 수입을 위해 몰래 밤 봇짐을 쌓았던 것이다. 그녀의 남동생은 좋은 교육을 위해 도시로 떠난 이후 마을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70년대 80년대 그렇게 이촌향도(離村向都, Rural Exodus)가 시작되었고 우리는 시골을 버렸다. 그때 주변에 일자리가 있었다면 누나는 떠나지 않았을 것이고, 학교가 있었다면 그녀의 남동생은 현재 지역을 위해 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농업사회에서 공업사회로 변화하는 시기였고, 일자리 및 교육에 의해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했던 때였고, 자본이 축척되지 않고 인구이동 경험이 없던 시대였다. 그렇게 우리는 지방 문화를 파괴하며 도시화를 맞이하였다.

 

80년대 압축성장시대에 겪었던 사회변화 못지않게 출산율 저하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 종주도시화(宗主都市化 : 소수의 대도시에 인구와 산업이 집중하는 현상) 확산, 수도권의 경제지배 등의 또 다른 사회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2021년 전국대학은 신입생 4만 586명이 미충원되었다. 미충원 현상은 대부분 지방대와 전문대를 중심으로 발생하였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전남대학교 규모의 대학 8곳에 신입생이 없는 형국이다. 그 여파는 주변 대학에서 나타나고 있다. 금년 3월, 설립된지 70여년 된 전북소재 사립대에서 4개학과를 폐과한다고 발표 하였다. 역사와 전통과는 무관하게 지방대학이라는 이유로 구조조정에 내몰리고 있다.

 

대학의 폐과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0년 4월 영국의 미들섹스 대학교는 철학을 전공하려는 학생들이 매년 12명 정도 된다는 이유에서, 철학 전공과정을 폐지하려 했다. 폐지하려는 이유가 철학과에 쓰일 돈을 다른 학과에 투자하면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하여 충격을 주었다. 

“대학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한정된 재정을 특정 분야에 집중시켜야 한다”는 세계관이 만연되었다. 우리나라 또한 경제적 논리에 근거하여 입시경쟁력이 없는 학과들의 폐지 논의가 지방대학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지방대학의 폐과는 단순한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고, 지방소멸을 이끄는 큰 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학령인구감소는 지방 유입력을 저하시키고, 지방대학의 입시 미달을 이끌며, 지방대학의 폐교로 이어지고, 구인난을 겪는 기업의 탈지방으로 이어져 지방 소멸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매년 청년들이 일자리, 대학 진학 등의 이유로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하였다. 수도권은 인구 증가로 인해 생산성이 증대(도시 규모가 2배가 되면 노동생산성이 5-10% 증대)되고, 일자리와 교육환경개선이 또다시 인구 유입을 이끄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결국 2019년 이후 전체 인구의 50%를 넘는 수도권은 종주도시화 되었다.

학업, 직업과 문화 접촉 기회 등의 이유로 지방을 떠난 청년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는 지방활력 저하, 지역인구 감소, 지역경제 위축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 

 

국토의 균형발전, 문화의 다양성, 쾌적한 정주환경 조성을 위해서 지방 소멸의 악순환 고리의 돌파구가 필요하다. 결국은 학업과 직업을 대학뿐만 아니라, 지자체, 지역기업들의 발전 가능한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의 발전 방안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첫째. 지방인구 유출을 막는 댐으로 지방대학 육성, 

둘째. 지자체-대학-지역기업의 지역상생발전 생태계 조성 

셋째. 지자체의 통합적 지원체계 구축. 

지방대학은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지역인재양성을 통한 지역기업에 인력을 공급하며, 지역기업은 지역대학졸업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지역경제를 이끌며, 지방자치단체는 대학지원과 기업기원을 통해 지역상생발전 생태계를 구축하여 지방의 소멸을 막아야 한다.

 

어찌할 수 없는 세태라는 패배주의에 빠져 지방의 산·학·관이 지역소멸을 막을 지역상생발전 플렛폼을 만들지 않으면, 80년대 압축성장시기 이촌향도 그 이상의 사회적 변화와 혼돈속에서 지방소멸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지역소멸, 지자체와 기업과 대학이 함께 노력해야 막을 수 있다.

 

전남대학교 공학대학 학장 정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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